월스트리트에는 수많은 투자의 대가가 있지만, 그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을 꼽으라면 역시 워런 버핏일 겁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고도 불리는 워런 버핏은 오랫동안 월스트리트를 지켜왔습니다. 그만큼 워런 버핏과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많은데요. 그중 하나는 워런 버핏과 헤지펀드의 수익률 대결입니다.
때는 2007년으로 돌아갑니다. 워런 버핏은 인덱스 펀드와 헤지펀드의 수익률 내기를 롱벳에 올렸습니다. 롱벳은 예측자가 최소 2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내기 주제를 제시하면 도전자가 이에 맞서 도전하는 시스템인데요. 양측이 내기에 건 돈은 승자가 지정한 자선기관에 기부하게 됩니다. 세계적인 기부왕으로도 꼽히는 워런 버핏이 할 법한 내기죠?
내기의 주제는 이렇습니다. 2008년 첫날부터 2017년 마지막 날까지 10년간 낸 순수한 성과만을 측정할 때, S&P500 지수와 헤지펀드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성과를 낼까? 무척 흥미로운 주제요.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건 뉴욕의 헤지펀드 프로테제 파트너스였습니다. 프로테제 파트너스는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 5개를 선정했고, 워런 버핏은 뱅가드의 S&P500 인덱스펀드를 골랐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워런 버핏의 승리였습니다. 프로테제 파트너스가 선정한 5개 재간접펀드의 10년 누적 수익률 평균은 36.3%를 기록한 반면, S&P500 인덱스 펀드의 10년 누적 수익률은 125.8%에 달했습니다. 또한 10년간 S&P500 인덱스 펀드는 8.5%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5개 재간접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최저 0.3%에서 최고 6.5%를 기록했어요.
이 에피소드를 통해 새삼 알 수 있습니다. 시장을 이기는 투자는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을요.
상대를 바꿔봅시다. 인덱스 펀드와 뮤추얼 펀드의 대결은 어떨까요? 일단 뮤추얼 펀드가 뭔지부터 이해해야겠죠. 뮤추얼 펀드란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하나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펀드매니저가 그 자금을 운용한 후 투자자들에게 배당 형태로 수익을 돌려주는 펀드를 말합니다. 구조만 놓고 보면 헤지펀드와 유사하죠. 특히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종목을 선별하고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요.
이제 인덱스 펀드와 뮤추얼 펀드의 대결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감이 잡힙니다. 미국 자산운용사 캠브리아 자산운용의 공동 창립자인 맵 페이버도 이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요. 페이버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뮤추얼 펀드의 평균 연간 수익률은 8.84%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9.98% 올랐어요. 즉 수많은 뮤추얼 펀드가 시장수익률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는 거죠. 심지어 이 기간 연간 12% 수익률을 기록한 뮤추얼 펀드는 고작 5개고, 13% 수익률을 기록한 뮤추얼 펀드는 없습니다.
즉 뮤추얼 펀드에 투자한다고 해도 시장수익률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얻는 건 어렵다는 거예요. 기껏해야 시장수익률과 비슷하거나 운이 나쁘면 여기에도 못 미치는 수익을 기록하죠. 수치를 확인하고 나면, 이런 의문이 듭니다. 굳이 뮤추얼 펀드에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요? 맵 페이버 역시 이런 질문을 던지는데요. 심지어 그는 뮤추얼 펀드가 수수료가 높고 세금 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뮤추얼 펀드에 투자할 이유가 더욱더 없다는 거죠. 이보다 훨씬 더 저렴하고 안전한 버스가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