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버리 / 사이언 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버리가 16억 달러를 하락장에 베팅했습니다. 이는 그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93%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Michael Burry just shorted the market with $1.6B. This now makes up 93% of his entire portfolio.
Editor’s Comment
마이클 버리가 약세장에 돈을 걸었습니다. 영화 <빅쇼트> 주인공이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해 공매도로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린 것으로 유명한 그 마이클 버리가요. 그의 이력을 고려하면 이번 행보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 살펴볼게요.
버리는 2분기에 SPDR S&P 500 ETF(SPY)와 Invesco QQQ Trust ETF(QQQ) 풋옵션 계약을 맺었어요. 그것도 16억 달러 규모로 말이죠. SPY와 QQQ는 각각 S&P 500 지수와 나스닥 100 지수의 성과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쉽게 말해 장이 상승하면 같이 오르고, 장이 하락하면 같이 하락하는 시장 지표를 따라가는 종목들이죠. 버리가 이 종목들을 그냥 매수했다면 이는 평범한 인덱스 투자가 됐겠지만, 버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풋옵션이란 거래 당사자들이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만기일 혹은 그 이전에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해요. 예를 들어 ‘머스리’라는 주식이 현재 1주당 1000원이라고 가정합시다. 이 머스리를 철수와 버리가 거래한다고 해볼게요. 다음은 철수와 버리의 대화입니다.
👀 철수: 버리야! 요즘 잘 지내? 다름이 아니라 너 머스리라는 종목 알아? 내가 딱 한 달 뒤에 네가 가지고 있는 머스리 주식을 나한테 주당 1000원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줄게! 그때 가서 팔고 싶으면 팔아도 되고, 싫으면 말아도 돼. 어때?
버리: (흠… 내가 볼 땐 한 달 뒤에 머스리는 가격이 떨어질 것 같은데… 그때 가서 싼값에 사서 1000원에 팔면…?) 오케이 콜!
👀 철수: 좋아! 대신 내가 너한테 편의를 보장해가면서 어떤 권리를 주는 거잖아? 그러니깐 지금 이 계약의 대가로 나한테 약간의 프리미엄을 줬으면 해.
(철수 희망편) 자. 이제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런! 머스리 주가가 1500원이 됐어요!
버리: (시무룩) 철수야… 나 그냥 주식 너한테 1000원에 파느니 그냥 시장가로 다른 사람한테 팔게… 너 내가 줬던 프리미엄으로 맛있는 거 사 먹어…
👀 철수: 응~ 이미 메로나 10개 FLEX 했어~ 버리 땡큐~ 앉은 자리에서 프리미엄 값 벌어브렀어~
(버리 희망편) 자. 이제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런! 머스리 주가가 500원으로 폭락했어요!
버리: (당당) 철수 나와! 딱 대! 네가 1000원에 사기로 한 거다? 100주 팔게! 자 이제 돈 줘!
👀 철수: 이럴 수가!! 이건 거짓말이야… 500원짜리 주식을 내가 1000원에 사다니… 내가… 내가 흑우라니!!
이제 마이클 버리가 풋옵션을 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시겠죠?
물론 막상 시장이 버리의 예상을 깨고 강세를 나타내면 그는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즉 버리가 안고 있는 리스크가 엄청 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버리가 이미 풋옵션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버리의 포트폴리오 공시 내역은 2분기 말일을 기준으로 하고, 그 사이 시장이 하방압력을 받으며 주요 지수가 하락했으니까요.
그러나 이번 투자가 눈길을 끄는 건 버리가 구매한 풋옵션이 그의 전체 포트폴리오 93%를 차지할 정도의 규모이기 때문입니다. 약세장이 올 것이라는 데 거의 전재산을 ‘몰빵’한 셈이니까요.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비관론자 마이클 버리가 이번에도 하락장을 정확히 예측하며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갈지, 아니면 그저 잠깐의 해프닝으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