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산업에 뛰어든 이후 53년 동안 막스는 ‘대격변(Sea Change)’을 단 두 차례 목격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말한 대격변은 일종의 투자 전략의 변화를 일으키는 시장 분위기인데요. 막스는 이제 우리는 세 번째 대격변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세 번째 대격변은 무엇일까요.
우선 막스가 이전에 목격한 두 차례 대격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과거 대격변은 모두 1970-1980년대에 일어났습니다. 이중 첫번째 대격변은 고위험 투자도 '괜찮다'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탓에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식의 투자 전략이 성행하게 됐습니다. 즉 투자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정크본드(신용등급 BB급 이하 채권)에 대한 투자도 빈번히 나타나기 시작한 건데요. 사람들은 이제 리스크는 마냥 피해야하는 게 아니라, 기대 수익률과 비교해 리스크를 산정하는 식의 새로운 투자 행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투자 정신의 탄생이라고 말할 수 있죠.
두번째 대격변은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시장 분위기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레버리지 투자 전략이 횡횡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막스는 장기간에 걸친 금리 인하와 저금리 환경이 금융 시장에 가장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설명합니다. 볼커 의장 시대부터 지난 40년 동안 금리는 무려 2000bp나 하락했는데요. 막스는 이런 대규모 금리 인하를 ‘상상보다 큰 규모의 순풍(incredible tailwind)’이라고 불렀습니다. 금리가 장기간에 걸쳐 인하되는 환경이 지난 40년 간 투자자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배의 뒤에서 부는 바람처럼 뒷받침해줬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막스는 금리 인하가 자산 가격을 높이는 동시에 대출 비용을 줄이면서,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볼까요? 매년 1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한 기업이 있습니다. 한 투자자가 7%대의 이자로 총 투자 금액의 75%를 대출 받아 이 기업에 투자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때 그가 투자한 순자본, 즉 총 투자금액의 4분의 1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19%에 달합니다. 게다가 금리 인하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면서 변동금리 대출의 이자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게 되고, 고정금리 대출 또한 만기 시 더 낮은 이자율의 대출로 갈아탈 수가 있게 되죠. 추후 그가 5%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탄다고 가정하면, 레버리지를 활용한 그의 투자 수익률은 무려 25%에 달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장밋빛 환경은 이제 끝났다는 데 있습니다. 막스는 세 번째 대격변이 ‘저금리 기조의 종말’로 나타나게 됐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에 맞춘 뚜렷한 투자 전략까지는 언급하진 않았지만, 막스는 “이 (세번째 대격변) 전망만큼은 확신하고 있다”면서 “금리가 앞으로 2000bp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일부 투자자들의 중장기 시장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리세션 위험이 본격화되면 연준이 기조를 전환해 다시 0-2% 대의 저금리 시대에 돌입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요. 막스는 앞으로 수년 간 금리가 2-4% 대에 수렴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전망은 현재 기준 금리와 크게 다르지 않죠.
결국 그는 지난 40년 동안 가장 좋은 투자 전략으로 여겨졌던 방침들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전과 같은 레버리지를 이용한 투자로는 이전처럼 큰 수익률을 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죠.
막스는 금리 인하를 ‘무빙워크'에 비유했는데요. 그는 걸을 때 바로 딛는 영역이 움직이면서 평소 걷는 속도보다 이동 속도를 높이듯이, 즉 자신이 투자하는 자산의 성과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가속화하는 효과를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더이상 이 무빙워크에 의존할 수 없을 거라는 전망이 제시된 만큼 앞으로 유효할 투자 전략을 찾아 나설 때가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