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서학개미들의 포트폴리오는 성장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머니네버슬립이 한국예탁결제원의 국제거래 자료를 참고해 분석한 결과,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담은 미국 주식은 대부분 큰 변동성을 보이는 테크 섹터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중에서도 '텐배거', 즉 10배 이상의 수익률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성장주도 다수 발견됐죠. 그런데 시티 글로벌웰스의 데이비드 베일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23년에는 성장주가 아닌 '거북이' 주식을 사야 한다고 권고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베일린이 말하는 '거북이' 주식은 현금 흐름이 탄탄한 배당 성장주를 의미합니다. 이와 반대로 (적자) 성장주는 '토끼'로 지칭했는데요. 이는 동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따온 단어입니다. 이 동화에서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아가던 거북이가 질주하던 토끼를 경주에서 이겼듯이, 앞으로는 배당 성장주가 우세한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빅테크를 비롯한 성장주, 일명 '토끼' 주식은 지난 10여 년 간 이어진 사이클에서 주가 상승을 이끌어왔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22년까지 지속된 저금리 기조는 무엇보다 성장주에게 호의적인 시기였습니다. 투자 유치나 대출을 통해 쉽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고,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성장주에 큰 관심을 보이게 됐기 때문이죠.
그러나 베일린은 지금은 새로운 사이클이 시작됐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지속하고, 적어도 2024년까지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런 시기에는 '토끼' 주식보다 성장률이 낮았던 '거북이' 배당주가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배당 성장주를 담고 있는 S&P 500 배당귀족 지수(S&P 500 Dividend Aristocrats Index)는 지난 30년 동안 S&P 500 지수보다 낮은 변동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더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기 때문이죠.
베일린은 여기서 배당 성장주의 수익률에는 주가 상승분 뿐만이 아니라 배당 또한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지난 90년 동안 S&P 500 지수의 총 수익률 중 무려 40%가 배당 수익에서 나왔는데요. 수십 년 이상 꾸준히 배당률을 높여 온 배당귀족주를 비롯한 거북이 주식들은 끊김 없는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라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거북이' 주식을 추천하는 것은 베일린뿐만이 아닙니다. 투자은행들은 2023년 전망을 내놓으면서 한목소리로 배당주를 추천하고 있는데요. JP모간은 "배당률이 높은 기업은 실적이 하락할지라도 투자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배당률을 축소하지 않고 꾸준히 늘리거나 유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리세션 시기에 유리한 종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에는 ‘거북이' 주식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