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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에는 수많은 격언들이 있습니다. '쏠림 현상이 일어난 후에는 가치주 선호 현상이 뒤따른다'는 말 역시 그중 하나죠. 일반적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일부 자산이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상승해요. 즉 '거품'이 끼는 거죠. 그리고 이 거품은 어느 순간 터지기 마련입니다. 거품이 꺼지는 것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적정 가치 평가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돼요. 가치주 선호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겠죠.
하워드 막스가 이야기한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사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니프티 피프티는 미국에서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50개 종목을 이르는 말이에요. 지금으로 치면 'MAGA'나 'FAANG' 주식과 비슷한 셈이죠. 그런데 1960년대부터 기관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이 기관투자자들이 니프티 피프티에만 투자하면서 쏠림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까지 이들 종목이 포함된 S&P500 지수는 20% 상승한 데 반해 니프티 피프티는 40% 상승률을 기록했으니, 투자심리가 얼마나 쏠려있었는지 알 수 있죠.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니프티 피프티가 화려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중, 1973년에 1차 원유 파동이 일어났습니다. 중동전쟁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석유수출국들이 석유를 정치적인 무기로 사용한 여파죠. 이들은 원유고시가격을 큰 폭으로 올린 데 이어 매달 원유 생산량을 감산하면서 유가를 움직였어요. 유가가 순식간에 하늘 높이 치솟자 석유수입국들은 석유공황이라 할 만한 상황에 처했고요. 미국 역시 그중 하나였고, 미국 증권시장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시장이 흔들리자 니프티 피프티에 껴있던 거품이 순식간에 붕괴했습니다. 원유 파동이 일어나기 전, 니프티 피프티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0배에서 100배에 이르렀다고 하니, 얼마나 큰 거품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죠. 당시 매일같이 최고점을 경신하던 이들 종목의 낙폭은 심각했고, 여기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끌어안게 됐습니다. 하워드 막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90%의 손해를 보게 된 거죠.
이후 가치투자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고평가된 주식의 위험성을 온몸으로 체감한 투자자들은 거품을 걷어내고 적정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단순히 다른 사람이 투자하기에 나도 투자하는 게 아니라, 펀더멘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나선 거죠.
오는 2023년에도 시장은 니프티 피프티 사태와 같은 수순을 밟게 될까요?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 대외변수로 인해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요. 가령 저금리의 시대가 저물고 있고, 경기침체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성을 낮추는 거죠. 만약 '거품' 우려가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가치투자의 대가라 불리는 하워드 막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