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지난 30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의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을 두고 온건한 ‘비둘기파적’ 발언이라며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모하메드 엘 에리언 교수는 금리 인상폭이 50bp로 조절될 가능성에만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의 강조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우선 파월 의장의 연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 불균형을 진단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노동 공급(구직자 수)에 비해 노동 수요(구인 건수)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노동 시장 불균형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임금 상승분은 서비스 가격에 반영돼 물가 상승을 촉진합니다. 때문에 이번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은 서비스 가격 상승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왜 노동시장과 서비스 가격에 주목하는 걸까요? 서비스 부문은 관광, 미용부터 의료와 교육까지 우리 삶에서 떼놓을 수 없는 영역들입니다. 따라서 물가 지표에서 서비스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죠. 실제 근원 PCE에서 서비스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기도 합니다. 이는 인플레이션의 움직임에 상품이나 주택 가격을 합친 것보다 서비스 가격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파월 의장도 “근원 서비스 가격이 미래 근원 인플레이션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고요.
이처럼 서비스 가격 상승에 주목하는 파월 의장의 시각은 시장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석과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은 물가 지표에서 상품 가격과 주택 가격의 하락 추세에 주목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곧 떨어질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임금 상승이 둔화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는 연준이 과도한 긴축보다 섣부른 완화가 경제에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면 과도한 긴축을 불사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FOMC 발언이 여전히 유효한 셈이죠. 이를 고려하면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한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죠. 시장이 물가 안정에 섣부른 베팅을 걸고 있다는 엘 에리언 학장의 해석에 유의하면서, 지나친 기대감을 버리고 투자 포지션을 조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