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가 조만간 시장에서 소비 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 시기도 빠른데요. 당장 6~12개월 뒤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퍼먼 교수가 주목한 건 10월 가계 저축률 하락입니다. 1959년 이후 2번째로 낮은 가계저축률이 나타난 건데요. 최근 2개월 평균 저축률(2 month moving average)을 놓고 보면 사실상 역대 최저 수준이기도 합니다. 올해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사람들은 저축을 줄이거나, 예적금을 해약하면서 버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젠 버틸 체력(자금)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란 게 수치로 확인된 거죠.
퍼먼 교수는 소비절벽의 순간을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해 '와일 E 코요테 모멘트'라고 이야기했어요. 이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상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발 내디딜 곳 없는 절벽까지 다다르게 되고, 중력에 의해서 밑으로 툭 떨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이곤 하는데요. 퍼먼 교수는 현재 사람들의 상태(저축률 하락)가 마치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의 코요테 캐릭터와 같다고 보고 있는 거예요.
그럼 소비 절벽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사실 소비절벽 자체가 경기침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 기업 실적을 하락하는데요. 이 경우 기업은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사람들을 해고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다시 더 극심한 소비절벽으로 이어지겠죠. '소비절벽->기업실적 악화->구조조정->소비절벽 심화'라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경기가 빠르게 악화되는 거예요.
퍼먼 교수의 경고는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합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인상 속도 완화를 시사하면서, 경기 연착륙에 대한 가능성도 이야기했는데요. 고물가 상황은 진정되고 있지만, 실업률 급증과 같은 충격적인 경제 상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덕분에 사람들은 경기침체 없이 고물가 상황이 종식되는 건 아닐까, 실낱 같은 희망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퍼먼 교수의 발언으로 이 기대감도 희석되는 모습입니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너무 낙관하긴 이른 것 같습니다. 대내외 경기 지표를 유심히 살펴보면서, 당분간은 보수적인 태도로 주식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