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된 후 시장은 안도했습니다. 모처럼 미국 증시 주요 지수들이 일제히 상승한 건데요. FOMC 참석자 대부분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 덕분이죠. 유래 없는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75bp 인상)’으로 급락했던 증시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증시 상승 랠리가 펼쳐질까요? 마냥 낙관하긴 어렵습니다. 이와 관련 UBS의 마크 헤펠레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의 이면을 자세히 살펴봐야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줄여야 한다고 판단하게 된 배경을 살펴봐야하는 건데요. 경제가 정상화가 된 게 아니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불가피하게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나왔다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헤펠레 CIO는 그간의 가파른 금리 인상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요. 경제 성장부터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기를 미리 전망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구매관리자지수(PMI)를 통해 이런 예측의 타당성을 살펴볼 수 있어요. 11월 수치를 살펴보면 제조업 PMI는 전망치(50.0)보다 낮은 47.6으로 집계됐고, 종합 PMI 또한 전망치(48.0)보다 낮은 46.3으로 나타났습니다. PMI가 50 이하로 나타날 경우 기업이 향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기업들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최근 PMI는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근접해 있습니다.
기업 등 경제 주체 뿐만 아니라 당국 또한 향후 경기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연준 회의록(Fed minutes)에 따르면 연준은 내년 중에 경제가 침체기(recession)에 들어설 가능성이 거의 기본값(baseline)에 가깝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 내 가계 소비 지출이 줄어드는 와중에 유럽 등지에서 리세션이 본격화되는 등 세계 경제 전망이 악화되면서 실물 경제 움직임의 둔화가 관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금리 이슈로 증시가 짓눌려왔다면, 이제 경기침체로 증시가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열리게 된 셈입니다. 헤펠레 CIO는 기업의 실적 성장이 줄어들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 보고 있습니다.
현재 S&P 500 선행 주가수익비율(Forward P/E)을 보면, 기업 실적 부진과 증시 부침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Forward P/E는 17배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지표가 18배 이상일 때 평균 기업 수익 성장 전망치는 14%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현재 월가에서는 내년에 수익이 고작 5% 성장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고, 헤펠레 CIO는 내년 기업의 수익이 4%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밸류에이션이 더 높아질 실질적인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럼 어떤 투자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헤펠레 CIO는 주식과 채권 투자 모두에서 방어적인 자산을 추가하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대표적인 방어적인 자산으로 UBS는 필수 소비재와 헬스케어 섹터를 추천했는데요. 이들 섹터는 일반적으로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부문은 아니지만, 눈여겨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