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미국 증권시장

미국 증권시장을 환호하게 만들었던 소비가 이번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날 미국 최대 대형 마트인 월마트가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이 기업의 실적은 미국 내 소비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일종의 지표 역할을 해요. 그런데 월마트가 예상에 못 미치는 가이던스를 발표하자,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는 소비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겁니다. 특히 미국 경제가 고금리에도 견조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고용시장과 소비 덕분이에요. 이는 소비가 둔화되면 급격히 침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죠.

월마트의 소식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월마트는 이날 회계연도 2023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전반적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견조한 실적이었습니다. 다만 월마트가 내놓은 가이던스가 문제였어요. 월마트는 다가오는 회계연도 2024년에 휘발유를 뺀 동일매장 매출이 2~2.5%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3.1%를 밑도는 수준이죠. 월마트의 데이비드 레이니 CFO는 CNBC에 “소비자들은 여전히 소비에 큰 압력을 받고 있다”며 “저축률이 감소하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가 올해 전망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이유”고 설명했어요.

갑자기 왜 저축률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 걸까요? 월 소득 대비 저축을 의미하는 개인저축률을 보면, 지난해 12월 3.4%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4월 30%를 넘어섰던 저축률이 급속하게 하락한 거죠. 이전에는 월급을 받아 생활비를 지출하고도 30%의 돈을 저축할 수 있었던 반면, 최근에는 아예 저축 자체가 불가능해졌으며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저축률이 떨어질수록 향후 소비가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거죠.

안 좋은 소식은 또 있습니다. 미국에서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크게 오르고 있다는 거죠. 피치 레이팅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최소 60일 이상 자동차 대출을 연체한 이들의 비율은 5.67%를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점이었던 2009년 1월의 5.4%보다도 높은 수치죠. 미국에서 차가 갖는 의미를 고려하면, 이 수치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취약층에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이 역시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이제 고용보고서의 중요성이 또다시 커졌습니다. 고용시장과 소비는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고용 지표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향후 소비를 가늠할 수 있죠. 단기적으로는 다음 주인 31일(현지시간) 발표될 4분기 고용비용지수(ECI)를 통해 고용시장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을 테고요.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데이터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머니네버슬립도 빠르고 정확하게 소식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노우진 에디터

🔋 미국에서 베터리 생산해요

테슬라가 배터리 생산의 무게중심을 독일에서 미국으로 옮깁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자국에서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을 고려해 독일 공장에서의 배터리 생산 계획을 축소했습니다. 이 기업은 당초 연간 5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춘 베를린 외곽 그륀하이데 공장에서 배터리 완제품을 만들 계획이었는데요. 미국 연방정부가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을 활용해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제혜택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달 36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네바다 주 리노 인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신형 리튬이온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 거세지는 리쇼어링 흐름

전 세계적으로 리쇼어링 흐름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미국인데요.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인프라법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자국 내 생산을 독려하고 있죠. 테슬라가 독일에서의 생산 규모를 줄이고 대신 미국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은 이러한 미국 정부의 행보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최근 원자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미국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영향인데요. 중국에서 벗어나 호주, 캐나다 등 미국과 FTA가 체결된 국가에서 원재료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는 호주 흑연 개발 업체 마그니스 에너지와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업체는 올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오는 2025년부터 최소 3년간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흑연을 테슬라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테슬라는 이외에도 리튬 등 주요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하락했어요 📉

테슬라 주가는 21일(현지시간) 5.25% 하락한 197.3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금리 리스크로 인해 시장 전반이 강한 하방 압력을 받으며, 이에 취약한 전기차 섹터가 무너진 거죠. 게다가 중국에서 중국산 전기차 소비가 늘어나며 테슬라에 대한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 커피에 올리브유를 섞으면 어떤 맛이 날까요?

스타벅스가 22일(현지시간)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신제품 ‘올레아토(Oleato)’를 출시합니다. 이번 스타벅스의 신제품 라인업은 올레아토, 올레아토 라떼, 올레아토 콜드브루 등 총 5 종류의 음료로 구성돼 있는데요. 스타벅스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올해 봄에는 미국에서도 이 제품들을 출시할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이후 연말까지 일본, 중동, 영국에서도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 덧붙였고요.

🇮🇹 이탈리아는 오랜 기간 스타벅스에게 불모지와 같은 곳이었어요

이탈리아인들은 자신들의 커피 문화를 대단히 중요시하는데요. 스타벅스가 창립 후 이탈리아 시장에 들어서기까지 무려 47년이나 걸렸을 정도입니다. 2018년 밀라노 매장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에 진출한 스타벅스는 처음에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요. 이 기업의 진입을 반대한 일부 강경 소비자들이 스타벅스가 두오모 광장에 심은 종려나무에 불을 지르는 사태가 벌어졌을 정도였죠. 그러나 시작 단계에서의 우려와 달리 스타벅스는 곧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에 녹아들기 시작했는데요. 현재는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성장세를 보이며 이탈리아 매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탈리아의 또 다른 상징인 올리브유를 포함한 커피를 개발하고, 이를 커피와 올리브유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출시하기까지 이르렀죠.

하워드 슐츠의 마지막 선물 💝

이번에 새로 출시하는 올레아토 라인업은 하워드 슐츠 CEO의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제품입니다. 그는 다가오는 4월 사임이 예정되어 있죠. 스타벅스는 이 제품이 지난여름 슐츠가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며 얻은 영감에서 시작했다고 전했는데요. 시칠리아에서 슐츠는 그곳 사람들이 매일 올리브유를 한 숟가락씩 먹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아침 커피와 함께 올리브유를 곁들여 먹기 시작했다고 하죠. 그는 곧 ‘둘을 섞어 먹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이르렀고, 이 조합이 놀랍도록 맛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이를 제품 출시로까지 연결 짓게 되었다 전했습니다.

슐츠는 2월 2일(현지시간) 스타벅스의 회계연도 2023년 1분기(2023년 1월 1일 종료)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 신제품 출시를 예고한 바 있는데요. 그는 올레아토 라인업에 대해 ‘연금술’, ‘게임 체인저’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커피 기업인 스타벅스가 이번 신제품 출시로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스타벅스의 주가는요 📉

스타벅스의 주가는 21일 2.17% 내린 104.78달러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같은 날 미국 증시는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스타벅스가 상장돼 있는 나스닥 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2.5% 떨어졌습니다.

지오컴플라이(Geocomly)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슈퍼볼 경기가 이뤄진 주말 동안 1억 건이 넘는 스포츠 베팅 거래량이 집계됐는데요. 이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오컴플라이의 애나 세인즈베리 CEO는 “이번 슈퍼볼이 기록을 세웠다”며 “슈퍼볼에 베팅하는 것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음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지오컴플라이는 스포츠북 이용자들의 현 위치를 탐색하고, 베팅업체들을 위한 사이버 보안, 신원 보증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Editor's Comments🖋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슈로더의 빈센트 갈란 투자 컨설턴트가 흥미로운 그림을 공유했습니다. S&P 500 기업의 2022년 4분기 실적을 묘사한 그림입니다.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을 뜻하는 EBITDA와 조정 EBITDA를 햄버거에 비유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EBITDA의 경우 내용물이 거의 없이 치즈 한 장만 달랑 있는 빈약한 모습을 띠고 있는데요. 반면 조정 EBITDA의 경우 고기 패티가 두 장에 채소까지 들어 내용물이 아주 튼실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갈란은 조정 EBITDA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이런 그림을 만들게 됐다고 말합니다. 실제 기업이 순손실을 내더라도 조정 EBITDA, 즉 일반회계기준(GAAP)에 따르지 않은 순이익에 따르면 흑자를 내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갈란은 미국 기업들 중 20%가 순손실을 냈음에도 조정 EBITDA를 사용해 순이익을 낸 것으로 발표했다고 말했습니다.

S&P 500 기업의 4분기 실적을 살펴볼까요? 조정되지 않은, 즉 GAAP 기준 순이익은 지난 2022년 대비 무려 23% 하락했습니다. 3분기 연속 순이익이 하락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정 EBITDA 기준 순이익은 겨우 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죠.

갈란은 언론에서 기업 실적을 보도할 때 GAAP 기준이 아니라 조정 EBITDA를 사용한 순이익을 사용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우려했던 바보다 4분기 수익이 견조하다는 점을 기반으로 경기 침체(recession)를 회피하고 경제 성장을 이루는 이른바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를 지배하고 있는데요. 갈란이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기업의 자체 회계기준이 아닌 GAAP 기준 수익 감소폭에서는 경기 침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2000원짜리 빈약한 햄버거가 8000원은 받아야 하는 튼실한 음식으로 둔갑할 수 있다.” 회계와 실적 공시 기준의 맹점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갈란의 경고를 고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