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 에디터입니다. 매주 수요일, 금요일에 발송되는 <월가의 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사람들은 어떻게 시장을 분석하고 있는지 알아보게 되는데요. 그들의 축약된 언어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려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매일 결심을 다지곤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오늘은 꼭 책을 읽어야지! 그 전에 게임부터 조금만 할까”
제 머리 속에는 그 결심을 무너뜨리는 악당이 있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중격의지핵. 중격의지핵이 활성화되면 도파민을 분비하는데요, 도파민은 쾌감을 주는 행동을 기억하고 반복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이처럼 외부 자극에 대해 보상을 주는 중격의지핵은 ‘쾌락중추'라고도 불립니다.
이 쾌락중추는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인체를 길들이는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중추는 쾌감을 주는 모든 행동이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식별하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사용할 때에도 이 중추가 자극돼 중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놀라운 사실을 알아볼까요? 주식 투자를 하면서 투자 수익을 기대할 때에도 바로 이 중격의지핵이 활성화된다는 거예요. 이는 버블이 나타났던 시장의 주가 흐름을 바탕으로 가상 투자를 진행한 실험을 통해 밝혀진 사실입니다. 실험이 시작되자마자 피험자들은 투자한 돈이 빠르게 불어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때 피험자들의 쾌락중추가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됐죠.
더 무서운 점은 중격의지핵이 보상을 기대하면, 손실 회피 성향이 위험 추구 성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 있습니다. 카지노가 고객에게 공짜 술과 화려한 볼거리, 잭팟과 같이 다양한 보상을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실험 참가자들에게서도 손실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액을 크게 늘리는 모습이 발견됐습니다. 쾌감, 즉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압도한 거예요.
1만여 년에 이르는 인류의 진화 과정을 이끌어온 ‘쾌락중추' 앞에서 이성의 역사는 너무나 짧습니다. 과학의 대부 뉴턴마저도 일명 ‘테마주’에 투자해 거금을 날렸을 정도니까요. 한번 돈이 복사되는 것을 경험하면, 쾌락을 쫓는 본능은 잘 모르는 기업일지라도 돈을 맡기라고 속삭입니다. 경제 성장에는 조정이 필히 동반된다는 역사적 사실도 잊게 됩니다.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코스피 4000 시대, 금세 온다'고 말하던 이들의 머리 속에서도 중격의지핵이 열심히 반짝이며 일을 하고 있었겠죠.
“The first step is admitting you have a problem.” 미국의 알코올 중독 치료 프로그램 AA에서는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합니다. 물론 주식 투자와 약물 중독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하지만 같은 뇌 부위가 자극되는 만큼, 많은 이들이 쾌락의 루프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준 이 권고가 효과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투자에 과도한 기대를 품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부터 주식창을 열어볼 때마다 한 번쯤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쾌감을 이기는 데 필수적인 마지막 무기가 하나 더 남아있습니다. 바로 동반자입니다. AA는 모임에 참가하는 이들 모두 충동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동반자를 두도록 강제합니다. 특이한 점은 이 동반자도 과거에 중독 증세를 보였던 이들로 구성된다는 거예요. 동병상련, 같은 상황에 처했던 이들이 더욱 힘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저도 잘 모르는 기업이 급등하는 걸 보고 ‘오호, 지금 사서 꼭지에 팔자’ 하는 충동에 빠지곤 했습니다. 그 시도가 성공적이었던 건 드물죠. 머니네버슬립에 합류한 뒤로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는데요. 주식에 관심을 갖고 계신 독자 여러분 모두가 제 동반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머니네버슬립이 여러분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주말 아침부터 메일함에서 찾아뵙게 됐네요. 신경경제학에 대한 글을 써봤는데요, 재미있게 봐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에는 더욱 흥미로운 주제를 들고 올 수 있도록 공부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