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딱 하나 유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그리고 이 하나가 시나리오의 모든 것을 좌우합니다. 바로 '디테일(detail)'입니다. 수많은 미래학자가 있습니다만, 이들은 두 분류로 나뉩니다. 현실주의자와 공상주의자죠. 전자는 실제 기술의 내용과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합니다. 후자는 다양한 사실을 엮어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당연히 적중률은 전자가 앞섭니다. 후자의 전망은 흥미롭긴 하지만 신뢰하기는 어렵겠죠.
투자 시나리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기술주는 결국 살아날 것이다', '에어택시의 시대는 온다', '양자컴퓨터는 고전컴퓨터를 결국 대체한다'라는 시나리오는 흥미롭지만 약합니다. 약한 뼈대의 시나리오는 의심을 만들어내죠. 확신이 없다면 장기 투자는 어렵고요. 그런데 앞서 기술한 투자 시나리오는 모두 초장기 투자를 전제 조건으로 두고 있습니다.
좋은 작가의 조건은 명확합니다. 풍부한 표현력, 깊이 있는 자료 조사,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입니다. 이것들이 조합되면서 훌륭한 시나리오가 탄생하는 거죠. 이걸 좋은 투자자에도 그대로 대입할 수 있습니다. 다방면의 지식(표현력), 기업 재무제표와 전략에 대한 공부(자료 조사), 그리고 경제·금융 트렌드에 대한 이해(공감 능력)가 있어야만 더욱 확률 높은 시나리오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 <해리포터>처럼 시나리오가 잘 짜인 콘텐츠의 생명력은 무척 깁니다. 우리도 결국 이처럼 완성도 높은 투자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야 하는 거죠. 쉽지 않은 길입니다만, 평생 투자를 하려면 걸어가야 하는 길이지 않을까요?
오늘 좀 뻔한 이야기를 한 것 같네요. 하지만 어려운 장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기본은 언제나 따분한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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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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